라벨은 성적표가 아니다. 광고판이다.
"무향료", "천연 유래", "저자극 테스트 완료". 이 세 마디는 스킨케어 매대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문장이다. 문제는, 셋 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뜻이 아니라는 것. 우리 주장 말고, 논문과 규제 문서를 펴놓고 하나씩 벗겨보자.
사기 1 — "무향료니까 순하다"
2017년 JAMA Dermatology에 실린 연구에서, 미국 대형 유통 3사의 베스트셀러 보습제 100개를 전성분 단위로 해부했다. 결과: "fragrance-free"라고 적힌 제품의 45%에서 향료 성분이 검출됐다.[1] 라벨의 절반 가까이가 라벨과 다른 몸을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.
어떻게 이게 합법인가? 미국 FDA 기준으로 원료 냄새를 덮기 위해 소량 넣는 마스킹 향료는 "부수적 성분(incidental ingredient)"으로 분류되면 표기 의무조차 없을 수 있다.[2] 향이 안 나는 것과 향료가 없는 것은 다른 문제다. 코로 검증할 수 없는 걸 라벨이 검증해줄 거라 믿지 마라.
"무향"은 후각의 문제고, "무향료"는 화학의 문제다. 업계는 둘의 경계를 흐리며 판다.
사기 2 — "천연이니까 안전하다"
라벤더와 시트러스에서 온 리날룰(linalool)과 리모넨(limonene). 100% 천연 유래 맞다. 그리고 공기에 닿는 순간 산화되어 하이드로퍼옥사이드라는 강력한 접촉 알레르겐으로 변한다.[3] 뚜껑을 여닫는 매일의 루틴이 그 산화를 진행시킨다.
피부염으로 패치테스트를 받은 환자 연속 코호트에서 산화 리날룰 양성률 7.0%, 산화 리모넨 5.1%가 보고됐고, 저자들은 이 수치가 해마다 증가 추세라고 못박았다.[4] 소아 환자 대상 연구에서도 같은 알레르겐이 확인됐다.[3]
독담쟁이도 천연이고, 뱀독도 천연이다. "천연"은 원산지 표시일 뿐, 안전성 데이터가 아니다. 안전은 출신이 아니라 검증에서 나온다.
사기 3 — "저자극 테스트 완료"
충격적인 사실 하나. "hypoallergenic(저자극)"이라는 단어에는 법적 정의가 없다. 미국 FDA가 공식 문서에 직접 쓴 문장이다: 이 용어를 규제하는 연방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, "그 회사가 원하는 의미가 곧 그 단어의 의미"다.[5]
FDA는 1975년에 이 용어를 규제하려 했다. 그리고 업계가 소송을 걸어 법원에서 규정이 무효화됐다. 그 후로 반세기, 누구든 아무 근거 제출 없이 "저자극"을 라벨에 박을 수 있다.[5] 실제로 위의 JAMA 연구에서 "hypoallergenic" 표기 제품의 83%가 알레르기 유발 가능 성분을 함유하고 있었다.[1]